“ KBS1 김영철의 동네 한바퀴 140화 ”
2021년 10월 16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방송
치악산 웅장한 산줄기 아래, 골골마다 행복이 물어가는 동네 강원도 원주...

서울과 영서 지방을 잇는 관문이자 500년 강원의 수부 도시로 오랜 시간 수많은 인생사가 모이고 흩어졌던 곳이다.
140번째 “김영철의 동네 한바퀴”는 가을 귀한 인연들을 만날 강원도 원주로 떠나본다.
♡ 수직의 치악산, 수평의 길이 열린다

치가 떨리고 악에 받쳐 치악산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만큼, 전국 3대 악산 중 하나인 치악산...
아무나 오를 수 없는 험난한 산에 누구나 걸을 수 있는 순한 둘레길이 지난 5월 완전 개통했다.
짙어가는 가을빛 따라 둘레길을 걸으며, 치악산 아래 이웃들이 사는 강원도 원주에서 원주 여정을 시작한다.
♡ 황골 엿 마을 모녀의 끈끈한 우정
치악산 서쪽 척박한 산비탈에 몸 붙이고 살 비비며 동네, 황골, 예로부터 변변한 농토가 없어, 집마다 옥수수로 엿과 엿 술을 만들어 팔아 생계를 이어온 곳이다.
마을의 최고참, 94세 이현순 어머니도 열다섯 어린 나이에 시집와 오 남매를 기르느라, 70년 넘게 부뚜막 앞을 떠나지 못하셨다.

손마디가 휠 정도로 엿을 고아 재를 넘어 팔러 다니던 고된 세월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 고생스러운 엿을 이어받은 셋째 딸, 자식 키우는 어미의 마음은 매한가지라, 어머니는 딸이 안쓰럽지만 만류할 수도 없는 일, 그저 곁을 지켜주는 일이 할 수 있는 전부다.
오늘도 엿 고는 가마솥 앞에 앉은 모녀...


# 황씨네엿집 #
주 소: 강원도 원주시 소초면 흥양3리 273-2
전화번호: 033-732-7198
모진 세월은 푹 끓여 녹여버리고 꿋꿋한 모정만 남겨 엿을 끓이니 그 달콤함을 세상 어는 것에 비할 수 있을까.
♡ 신들의 숲 성황림
대동여지도에도 지명이 나오는 신림면은 말 그대로 신이 깃든 숲이라는 뜻이다.
그렇게 이름 붙은 연유에는 오래전부터 이곳엔 치악산 성황신을 마을의 수호신으로 모시던 서낭당이 있는 숲, 성황림이 있기 때문이데,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빌며 1년 2번 당제를 지내고, 그때가 아니면 빗장를 걸어 잠가 인간의 출입을 통제하는 금단의 숲이다.


그 옛날 호랑이가 나올 만큼 깊고 험한 치악산을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화전민은 척박한 산비탈의 밭 한 뙈기가 희망이었고, 누운 자리가 곧 집이었기에 치악산 성황신이 이 숲에 산다고 믿고, 숲을 지키며 섬겨왔다고 한다.
산밖에 기댈 곳이 없었던 치악산 아랫마을의 신심 덕분에 숲은 귀한 존재로 살아남았고 숲은 여전히 변하지 않은 그 모습으로 마을을 지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