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BS1 한국기행 620편 ”
2021년 11월 1일~11월 4일(월~금요일) 밤 9시 30분 방송
♡ 그 인생 탐나도다 ~ 제주
“말은 나면 제주로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했건만
세월은 변했다. 세상은 변했다.
“남의 속도 아니고, 내 속도대로 살겠다” 맘먹은 이들이 이민을 행군하듯 여행하는 거 말고 멍때리면 찬찬히 스며들고 싶었을 뿐...
살다 지쳐 다시 돌아가고 좋으니, 인생 한번은 깊고 푸른 섬 제주에서 살아보고 싶었다.
탐나는 인생 찾아, 탐라로 떠난 이들이 발견해 낸 가을 제주 로망스...

탐라도 제주에서 만난 탐나는 인생이야기..
그 인생 탐나도다 제주~
1. 나는 집시 여자와 결혼했다 (11월 1일 월요일 방송)
구좌읍 덕천리, 제주에 온 뒤로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다는 박신혜, 박지원 씨부부...
해안가에서 불어오는 끈적한 바람과 머리 위를 뜨겁게 달구는 볕이 공존하는 이곳, 편의점 하나 없는 중산간 오지 마을은 가볍게 나선 산책길마저도 탐험 길이다.
신비롭다 못해 오싹하기까지 한 자연동굴은 영화 아바타에 나온 숲속의 정령들이 뛰어나올 것만 같고, 뱀이 똬리 틀 듯 서로 감싸 안은 넝쿨을 보고 있자면 깊은 밀림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그 이국적인 풍경 헤쳐 도착한 곳은 황토집과 게르가 자리한 외딴 마을...
언뜻 보면 인도와 한국의 경계선에 서 있는 듯한 이곳은 신혜 씨와 지원 씨의 3년차 신혼 보금자리다.
1년 전 부부는 이곳에서 뜻밖의 선물 같은 딸, 리마를 품에 안은 후 이전과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사실 지원 씨와 신혜 씨는 도시에선 모두 꽤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결혼도 아이도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두 사람이 만나게 된 건 다름 아닌 깊고 푸른 섬 제주...
기적은 운명을 낳고 운명은 기적을 낳는다는 말처럼, 리마는 예고도 없이 부부의 곁으로 성큼 다가왔다.

그리고 도시에서 불안한 삶을 살았던 지원 씨에게는 안정을 여행하며 방랑자삶을 살았던 신혜 씨에게는 엄마라는 꿈을 안겨줬다.
부부는 이제 리마에게 제주처럼 깊고 푸른 세상을 맘껏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제주가 낳고 제주가 기른 이 가족의 더 없이 탐나는 행복한 삶을 즐겨본다.
2. 남은 30년 여기서 살자 (11월 2일 화요일 방송)
제주 서귀포 중문, 연수 씨는 도시인으로 공사다망하게 살았던 지난날을 청산하고 이제는 바다 건너 제주에서 둥지를 틀기로 했다.
그리고 그녀는 이곳에서 제2의 인생을 써 내려가는 중이다.
강원도 횡성이 고향이라는 연수 씨...
사실 제주도 입성은 그녀의 계획에 없었다.
도시에서 친구 만나랴, 고향에선 친척들 만나랴 육지에서도 충분히 나의 삶을 즐기고 있다고 생각한 연수 씨가 제주행을 택한 건 다름 아닌 딸 이수 씨 때문이었다.

게스트하우스 사장이 되겠다며 고집을 부리는 통에 등 떠밀려 제주행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낙상 와보니 젊은이들이 득실거리는 줄로만 알았던 제주는 천국이었다.
봄이 되면 꽃을 보러 300개가 넘는 제주 오름을 골라 오르고, 여름엔 파도 넘실대는 바다에서 무엇을 한다 해도 누가 뭐라지 않는 곳...
도시에서는 스러져가는 오십 줄 여인이었던 연수 씨에게 제주는 무엇이든 해봐도 괜찮다며 어깨 토닥여주는 꿈의 섬이었다.
그렇지만 호시절도 잠시 자유롭기 그지없던 제주살이에 제동이 걸렸다.
제주가 고향인 남편 명륜 씨가 이른 낙향을 결심한 것이다.
몸보다 입으로 일하는 명륜 씨 덕분에 연수 씨네 집은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다.

방수에 단열까지 한 대궐 개집 한 채 짓느라 삼일을 두문불출하고 예초해주겠다고 나섰을 뿐인데 무성했던 부추밭은 초토화가 되었다.
남은 30년은 제주에서 살기로 맘먹었다는 부부의 좌충우돌 제주 정착기...
그들이 써 내려갈 제주살이 버킷리스트를 함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