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의 밥상 547회 ”
2022년 2월 3일 목요일 저녁 7시 10분 방송
♡ 고맙다 고등어
푸른 등을 가진 은빛 물고기, 늘 밥상 한 귀퉁이에 놓여있던 국민생선, 고등어~
찬바람에 온몸 가득 기름을 채운 고등어가 가장 맛있는 제철, 제주 인근 바다는 고등어잡이로 불야성을 이룬다.
값싸고 흔한 데다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 DHA 등 영양도 풍부한 고등어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인기 1위 생선 자리를 오랫동안 지켜왔다.
지글지글 고등어 굽는 냄새만으로도 옛 추억이 떠오르고, 땀내 가득한 고된 날들, 마음의 허기까지 채워주던 오랜 친구 같은 생선, 고등어를 만나본다.
♡ 제주 오래된 고등어 맛의 기억을 품다
고등어가 긴 겨울을 나는 제주바다는 오래전부터 대표적인 고등어 주산지였다.
김녕마을도 고등어잡이로 유명했던 곳이다.
고등어를 가득 실은 배가 만선 깃발을 흔들며 돌아오던 시절엔 미처 먹지 못해 버려진 고등어를 거름으로 쓸 만큼 흔했다고 한다.
고등어가 흔하다 보니 저장법이 발달했는데, 어린 고등어인 “고도리”는 고등어보다 기름기가 적은 탓에 맛을 덜했지만, 소금에 절여 젓갈을 만들어 먹기엔 제격이었다고 한다.
통살은 소금위에 꾹꾹 눌러 항아리에 차곡차곡 담아 1년 이상 삭혀서 먹고, 내장과 아가미도 따로 젓갈을 담아먹곤 했다.
바닷바람에 바짝 말려 보리항아리안에 넣어 두면 1년 내내 맛있는 고등어를 먹을 수 있었다.
말린 고등어는 살이 쫄깃쫄깃해서 달큰한 무와 함께 조림을 해 먹으면 맛이 일품이다.
밀가루를 개어 고춧잎, 깻잎을 섞고 고도리젓으로 간을 맞춘 임지장은 지금은 맛보기 힘은 귀한 밥도둑이다.
이젠 더이상 고등어잡이 배들도 사라지고, 고등어 말리던 풍경도 볼 수 없지만, 바닷가마다 그물 당기며 부르던 옛 소리가 귓가에 쟁쟁하고, 옛 추억이 담긴 고등어 음식들이 밥상에 차려진다.
♡ 고등어 양식으로 옛 영광을 꿈꾸다 ~ 욕지도 고등어 이야기
통영에서 배로 1시간, 한려수도 끝자락에 자리 잡은 욕지도는 한때 고등어 파시가 설만큼 고등어잡이로 유명했던 곳이다.
집마다 고등어를 소금에 절여서 보관하던 간독이 있었고 배가 돌아오는 날이면 아이들은 길에 떨어진 동전 줍는 게 일이었을 만큼 고등어 덕분에 돈도 사람도 넘쳐나던 섬이 욕지도였다.
옛 모습은 사라졌지만, 욕지도 바다에는 고등어잡이 대신 고등어를 키우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30여년전 처음 고등어양식을 시작한 아버지에 이어 양식장을 지키고 있는 전재석 씨...
어린 고등어를 잡아 먹이를 주어 키우는 고등어양식 덕분에 살아있는 상태의 활고등어를 잡아 먹이를 주어 키우는 고등어양식 덕분에 살아있는 상태의 활고등어를 맛볼 수 있게 되었다.
전국에서 팔리는 고등어회는 대부분 욕지도산 양식 고등어란다.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나는 싱싱한 “고등어회”는 한번 매력에 빠지면 헤어나기 힘들고, 고등어회를 썰어 갖은 채소와 함께 무치면 욕지도 아니면 맛보기 힘든 별미다.
고등어를 푹 삶아 체에 거른 다음 끓인 “고등어죽”도 신선한 활고등어가 아니면 맛보기 힘든 귀한 음식...
그 흔한 고등어도 맘껏 먹기 힘들었던 시절, 자식들을 위해 버려지던 고등어로 주워다 손에 가시가 박히도록 죽을 끓이고 콩가루로 “고등어전‘을 부치던 옛 일들이 떠오르고, 눈물을 삼켜가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온 지난 날들도 이젠 웃으며 추억할 수 있다는데...
고단했던 섬 사람들의 위로가 되어준 고등어 밥상을 함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