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노라면 492회 ”
2022년 2월 23일 수요일 밤 9시 50분 방송
# 안녕 따듯한 내 인생 자연인 김만갑
밤새 쌓인 눈 위로 찍힌 발자국을 따라 산을 오르던 승윤...
점점 강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지쳐 갈 때쯤, 누군가를 애타게 찾는 소리가 들려오는데...
“흑돌아 흑순아 다짜고짜 자식이 사라졌다며 승윤에게 함께 찾아 달라는 의문의 남성. 서글서글하게 생긴 외모와 다르게 90도로 각진 스포츠머리와 억센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김만갑(72세) 씨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함께 산길을 따라 가던 중 나뭇가지에 걸린 흑돌이를 보고 아이처럼 밝은 웃음을 띠는 자연인...
하회탈 같은 미소를 가진 이 남자는 어쩌다 이 산으로 들어오게 된 것일까?
서울에서도 유명한 한의사 아버지 밑에서 자란 자연인...
유복했던 집안 덕분에 보릿고개란 말을 모르며 지냈다.
하지만 유일하게 배다른 자식이었던 그는 알게 모르게 형제들한테 차별을 당했고, 그 차별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심해졌다.
자신을 사이에 두고 싸우는 부모님 때문에 독립을 결심했을 때, 그의 나이는 18살이었다.
집을 나와 그가 처음 구한 직장은 다방 요리사~
어린 나이였지만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일했고, 나중에는 웨이터 보조일까지 하며 악착같이 돈을 벌었다.
그 결과 20대 중반의 나이에 꽤 큰 규모의 술집까지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어린 나이와 작은 체구 때문에 종종 주변에서 무시를 당했던 그는 강하게 보이기 위해 머리를 바짝 자르며, 건달 행세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가자 가면을 쓰고 살아야 했던 시간은 자신을 점점 지치게 만들었다.
서섷히 운영에 정을 떼면서 가게에 소홀 해 졌고 결국 문을 닫게 되었다.
설상가상 가게가 망하자 아내와도 헤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홀로 자식들을 돌보며 일까지 해야 했던 자연인...
낮에는 일용직부터 골동품 사업과 석공 일을 나갔고 밤에는 어린 두 아들을 돌보며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행여나 자식들이 ”홀아비 자식“이라는 말을 들을까 사소한 잘못에도 아들들에게 엄격하게 대했다는 자연인.
집에서도 일터에서도 외롭기만 했지만, 산길을 걸을 때만큼은 포근함과 따뜻함을 느꼈다.
산 정상에서는 언젠가 자신도 이 산에 작은 오두막을 짓겠다는 결심을 되새기는 걸로 작은 위안을 삼았다.
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공사장에서 장비들의 굉음을 견디며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나서야 그는 이 산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이곳에 살면서 그에게 외로움이라는 단어는 사라졌다.
매일 아침 얼어붙은 개울가에서 얼음을 깨 목을 축이고 눈앞에 펼쳐지는 절경도 즐겨본다.
산신령이 허락해야만 볼 수 있다는 자연 산삼을 찾아 떠난 산행에서는 2m가 넘는 칡을 보고도 대수롭지 않다며 부심을 부려보는 자연인...
산행에서 고생한 승윤을 위해 각종 약재를 넣어 만든 염소 전골과 김치 수제비도 맛본다.
직접 기른 토종벌이 모은 꿀로 만든 호떡은 한입 만 먹어도 춤과 웃음이 절로 난다고 한다.
천천히 가나 빠르게 가나 결국 언젠가는 우리 모두가 자연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는 김만갑 씨의 이야기를 만나본다.
2022년 2월 23일 수요일 밤 9시 50분 방송에서 자연인 김만갑 씨를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