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의 밥상 550회 ”
2022년 2월 24일 목요일 저녁 7시 40분 방송
# 겨울 제주 하영 속았수다예

한라산 눈꽃과 은빛 억새밭 사이 초록빛 들판이 가득한 제주도의 겨울은 유지와는 사뭇 다르다.
“월동무”와 “당근” 등 채소 수확이 시작되고, 찬바람에 살이 오른 “옥돔”과 꿩이 제철을 맞기 때문이다.
추울수록 맛있어지는 제철 산물로 땅과 바다가 들썩이면 “수고했다”는 뜻의 제주 방언인 “속았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거칠고 시린 겨울을 뜨겁게 살아낸 제주 사람들의 수고로움 가득한 밥상을 함께해 본다.
# 제주 바다의 겨울 진객 “옥돔”
제주 남원읍 태흥리 앞바다...
이른 새벽 서둘러 조업을 나서는 옥돔잡이 어부들로 분주하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살이 오르는 옥돔이 한창 제철이라 옥돔잡이 배들끼리 좋은 어장을 차지하기 위한 자리싸움이 치열한데다, 당일 잡아 판매하는 일명 당일바리 옥돔이라 위판시간을 맞춰 돌아오려면 일찌감치 서둘러야 한다고 한다.
발그스름한 색을 띠고 있어 이름에 구슬옥 자가 붙은 옥돔은 제주 사람들에겐 유일하게 생선 대접을 받아온 귀한 몸이되었다.
수백 개의 바늘이 달린 깊은 바다에 숨어 사는 탓에 잡기도 가다로어 여전히 몸값 높은 귀한 생선이다.
신선도에 따라 맛의 차이가 처 제주 연안에서 당일 잡은 옥돔을 최고 대접을 받는다.
조업을 마친 배들이 돌아오면 매일 오후 옥돔 경매가 시작되는데, 당일바리 옥돔을 만날 수 있게 되면서 태흥리에는 “옥돔마을”이라는 별칭도 생겼다.
지금은 귀해서 엄두도 못 내는 생선이 되었지만, 마을 주민들에게 옥돔은 매일 밥 반찬으로 밥상에 올리던 만만한 생선이었다고 한다.
소금 간을 해 볕이 좋은 날 마당에 말려두었다 참기름을 발라 구운 “옥돔구이”를 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빙떡”을 부쳤단다.
메밀가루 반죽을 얇게 부친 다음 위에 무채나물을 넣어 돌돌 만 “빙떡”은 “옥돔구이”와 함께 먹어야 간이 딱맞는 단짝이다.
옥돔은 단백질도 풍부해 아이를 낳은 산모에게 “옥돔미역국”을 끓여주기도 하고 몸이 아플 때면 죽을 끓여 먹기도 했다.
평생 해녀로 살아오는 동안 바닷일에 밭일과 집안일까지 쉼 없이 부지런히 살아온 대흥리 사람들...
그 고단했던 시간을 위로해주는 귀하고 따뜻한 옥돔밥상을 함께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