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철의 동네 한바퀴 165화 ”
2022년 4월 9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방송
# 활짝 피어라 그대 ~ 충남 아산
북쪽으로 아산만을 사이에 두고 경기도와 접하며 수도권과 충남의 관문 역할을 하는 충남 아산.

저마다 색다를 표정을 지닌 동네에는 우리가 잊고 지낸 보물들이 그득 묻혀있고, 자신의 자리에서 진득하게 삶을 이구어 가는 이웃들을 만날 수 있다.
봄꽃이 꽃망울을 터트리는 즈음, 충남 아산에서 인생의 봄을 기다리며 희망을 꽃피우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보자.
# 애틋한 부녀가 만드는 사랑 한 그릇, 호박국수
온양과 더불어 온천으로 유명한 도고 시내를 걷다가, 배우 김영철은 “호박국수”라고 쓰인 가게를 마주한다.

아버지와 딸이 운영하는 작은 국숫집으로 호박국수는 아버지가 어릴 적 외할머니께서 갓 따온 호박을 송송 썰어서 뜨끈한 육수에 말아주던 음식으로 특별할 거 없지만 한 그릇 게 눈 감추듯 먹던 별미중의 별이였다고 한다.
여름에는 애호박, 겨울에는 늙은 호박을 채 썰어 기름에 살짝 볶은 뒤 사골육수를 넣어 자작하게 끓여 잘 삶은 소면위에 올리는 호박국수...
비빔국수도 잔치국수도 아닌, 전국 어디를 가도 쉽게 볼 수 없는 비주얼과 달짝지근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나는 게 특징이다.

# 길조식당 #
주 소: 충남 아산시 도고면 가곡리 174-74
전화번호: 041-542-0370
영업시간: 11시~15시
(일요일 휴무)
40년 전통의 호박국숫집 부녀는 호탕한 목소리와 씩씩한 모습으로 손님을 반기는 모습이 똑 닮았는데, 하지만 그들에겐 아직 아물지 못한 상처가 있다고 한다.
2년 사이 아내와 아들을 잃고 가족이라고는 이제 둘만 남은 것이다.
서로가 걱정할까. 눈물도 슬픔도 꿀꺽 삼키고 씩씩한 모습만 보여주는 아버지와 딸 그 애틋한 부녀가 만드는 호박국수 맛을 본다.
# 외암마을 연엽주 빚는 호랑이 시아버지와 토끼 며느리
타임머신을 타고 떠나는 동네 한 바퀴.
배우 김영철은 조선 시대로 시간여행을 온 듯 초가와 기와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로 들어선다.
실제 60여 가구가 사는 마을로 “살아있는 박물관”이라 불리는 500년 역사의 외암마을이다.
오래된 돌담길을 따라 걷던 배우 김영철은 참판댁의 담장 너머로 연엽주를 만드는 시아버지와 며느리를 만난다.

6대조부터 이어져 내려왔다는 연엽주는 쌀과 누룩을 섞은 것에 손수 재배해 말린 연잎을 층층이 번갈아 쌓아 숙성한 가양주로 제사때만 쓰던 제주이자 과거 임금께 올리던 진상품이다.
연엽주를 만드는 건 맏며느리의 역할. 23년 전 예안 이씨 종가에 맏며느리로 들어와 연엽주를 빚고 있는 은주 씨는 호랑이 시아버지로부터 하늘과 같은 종가의 규율과 법도를 배우고 있는데, 대들보 밑에 상을 놓았다는 이유로 반성문까지 써야 했던 은주 씨...
서슬 퍼런 시부살이에 23년이 지난 지금도 시아버지 앞에선 긴장의 연속이란다.

하지만 귀하고 보기 좋은 음식은 따로 몰래 빼서 주실 만큼 속이 깊고 따뜻한 시아버지..
시아버지의 사랑과 가문을 지키고자 하는 신념을 알기에 며느리는 시아버지의 그림자도 밟지 않고 그저 묵묵히 뒤를 따른단다.
호랑이 같은 시아버지와 토끼 같은 며느리가 만드는 달콤 쌉싸름한 맛의 연엽주를 한 모금 맛을 본다.
# 공세리 언덕 위 작은 성당이 간직한 보물, 고약
서해 바닷물이 들고나던 아산만 한 모퉁이의 공세리로 걸음을 옮긴 배우 김영철은 특별한 벽화를 발견한다.

바로 1970년대 후반까지도 모든 피부병의 만병통치약이라 불렸던 고약. 한국형 신약 1호라 불리는 고약은 약이나 병원이 변변치 않던 시절, 서민들에게 ‘빨간 약’ 다음으로 많이 쓰였던 최고의 가정상비약이었다.
그 추억 속의 고약이 시작된 곳이 바로 아산만 언덕 위 작은 성당이라는 사실.
1890년대에 세워진 공세리 성당의 2대 신부인 에밀 피에르 드비즈가 종기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프랑스에서 익힌 의술을 바탕으로 제조한 것이 바로 고약이며, 후에 신자 이명래 씨가 제조법을 배우고 발전시키면서 유명해졌단다.

기억속 낡은 서랍 속에서 오랜만에 꺼내 보는 단어, 고약, 동네 어머니들과 고약을 붙이며 추억에 잠시 잠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