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의 밥상 558회 ”
2022년 4월 21일 목요일 저녁 7시 40분 방송
♡ 산에도 강에도 봄꽃 밥상 피었네
지첱으로 꽃이 만발하는 시기 봄, 하지만 그 설렘을 느끼기도 전에 만개한 꽃들은 금세 지고 말아, 사계절 중 가장 아쉬운 마음이 드는 계절이기도 하다.

꽃 피기 시작하면, 산에서 강에 이르기까지 형형색색의 산물들도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다.
얼어있던 몸과 마음을 녹여주는 맛있는 밥상과 함께 짧지만, 가슴 두근거리는 봄나들이를 떠나본다.
♡ 구례 산수유꽃 필 무렵, 화전 놀이를 떠나다 ~ 전통농업 발연법
봄이면 마을 전체를 노랗게 물들인다는 산수유나무 전국 산수유나무의 70%가 모여있다는 구례 산동면 정산마을에는 예부터 내려오는 전통 농법이 있다.
발연법이 바로 그것이다.

서리가 내리는 시기에 자주 연기를 피워 냉해 피해를 막았다는 이 농법은 2014년 6월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도 지정될 정도로 주목 받고 있다.
돈나무, 대학나무로 불릴 만큼 한 그루, 한 그루가 중요했던 산수유나무는 마을 사람들이 먹고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딱딱한 껍질 속에 씨를 품고 있는 산수유 열매는 마을 사람들에게 커다란 일거리가 되기도 했다.

기계 하나 없던 시절에는 학교 마치고 온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방에 둥글게 모여앉아 이로 열매를 깨서 씨를 발라냈다고 한다.
끄래서인지 산동면 사람들은 늘 입술이 붉게 물들어 있고, 이가 닳아있었다고 한다.
산수유가 이렇게 귀한 대접을 받은 것도 약효가 있었던 터, 밤마다 이불에 오줌을 싸는 아이들에게 산수유 열매와 소고기를 함께 삶은 “산수유수육”을 먹여주면 병이 씻은 듯 나았다고 한다.

산수유 꽃이 만개하던 시기에 들에서도 쑥도 함께 났다.
먹을 게 없던 시절, 이 쑥을 캐 밀가루와 함께 조물조물 버무리면 봄의 맛 “쑥버무리” 완성하던 일을 다 내려놓고 단 하루 즐길 수 있었던 화전놀이에는 “산수유막걸리”와 “산수유화전”이 동행했다.
그중 별미는 바로 “미나리오징어무침”. 내륙 특성상 바다에서 나온 산물을 맛볼 수 없었던 그 옛날, 화전놀이를 하는 이날 하루 만큼은 여수에서 오징어를 공수해와 봄 미나리와 함께 무쳐냈다.
얼마나 그 맛이 시름을 잊게 했던지, 매년 화전놀이에 “미나리오징어무침”은 빠질 수 없는 필수 반찬이 되었다.

고단했던 삶의 흔적이 깃들어, 있는 산수유 전통농업과 함께 인생의 봄날을 만끽하는 구례 산동면 정산마을 사람들의 밥상을 함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