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167화 ”
2022년 4월 23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방송
# 작은 위로들과 스쳐가다 ~ 전라북도 임실
전라북도에서도 가장 내륙에 위치한 곳.
임실은 순우리말로 “그리운 임이 사는 마을”이다.
오랜 기억 속의 임은 왠지 소박하고 고요한 마을에 살 것만 같다.
이름처럼 임실은 바로 그런 동네다.
시내도 산 아랫마을도 모두가 사이좋게,
비슷한 속도로 흘러간다.
하지만 마냥 심실하기만 한 건 또 아니다.
걷다 보면 작은 동네마다
오직 임실만의 가진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알수록 더 마음이 가는 동네.
스쳐 가면 알 수 없었던 전라북도 임실의 시간들을
찬찬히 거슬러 가본다.
# 임실의 기적 지정환 신부와 치즈테마파크
금성리 치즈마을을 지나면 근처엔 임실 치즈테마파크가 있다.
치즈숙성실, 체험관 등이 있는 이곳은 임실 치즈의 역사를 담아낸 장소다.
이곳에서 지정환 신부의 동상을 본다.
그는 1958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한국을 찾은 벨기에 출신 신부, 귀족 출신이던 그는 1964년 임실의 척박한 농토 앞에서 무기력한 주민들에게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산양 2마리를 들여와 우유를 짰고, 그 우유를 오래 보존시키기 위해 1966년 이곳 성가리에 치즈 공장을 세웠다.
이제 와 보니 말은 쉽지만, 당시 한국엔 “치즈”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주민들 입장에선 본 적도, 먹어본 적도 없는 치즈를 만들겠다는 이방인이 달가웠을 리 없다.
그럼에도 디디에 세르테벤스는 “지정환 신부‘라는 한 작은 동네를 치즈의 고장으로 만들었다.
수십 젼 후 임실은 이 동네만이 가진 고유의 이야기들을 큰 테마공원으로 꾸몄다.
바로 이곳, 임실치즈테마파크다.
모르고 갔다면 그저 잘 꾸며진 공원 정도겠지만, 지정환 신부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달리 보인다.
한 사람의 노력이 한 마을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임실 치즈가 있는 한, 지정한 신부의 정신은 이곳에 영원히 살아 빛난다.
# 섬진강 다슬기 잡는 사람들
3개도 12개의 시군을 지나는 육백 리 섬진강은 어머니다.
수많은 생명들이 섬진강 주위로 나고 자란다. 봄볕 따라 바위 틈 위로 올라오는 다슬기도 그 중 하나다.
섬진강 상류를 지나다가 강가에서 다슬기 잡는 주민을 만난다.
그는 임실의 토박이. 까마득한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 따라 이 섬진강변에서 다슬기를 잡았다.
당시에는 남녀노소 누구나 다슬기 채취가 가능했다.
다슬기를 잡는 법은 다양하다. 호미나 손으로 얕은 강물을 파는 것부터, 작은 배에 도구를 한 번씩 털어낼 때마다 한 바구니, 다슬기가 쏟아진다.
한평생 이 동네 주민들을 다슬기 때문에 손에 물마를 날 없이 살았다.
그래도 다슬기는 섬진강변 사람들에게 참 각별한 존재, 요긴한 식재료다.
어머니 섬진강이 주는 무한한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