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167화 ”
2022년 4월 23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방송
# 작은 위로들과 스쳐가다 ~ 전라북도 임실
전라북도에서도 가장 내륙에 위치한 곳.
임실은 순우리말로 “그리운 임이 사는 마을”이다.
오랜 기억 속의 임은 왠지 소박하고 고요한 마을에 살 것만 같다.
이름처럼 임실은 바로 그런 동네다.
시내도 산 아랫마을도 모두가 사이좋게,
비슷한 속도로 흘러간다.
하지만 마냥 심실하기만 한 건 또 아니다.
걷다 보면 작은 동네마다
오직 임실만의 가진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알수록 더 마음이 가는 동네.
스쳐 가면 알 수 없었던 전라북도 임실의 시간들을
찬찬히 거슬러 가본다.
# 타국살이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40년 김치 수제비
강진터미널 부근의 풍경은 참 정겹다.
나지막한 가게들이 엣 간판, 옛 모습 근처, 작은 국수 가게는 꼭 한번 들를만한 곳이다.
이곳에는 75세 어머니가 매일 구수한 입담과 함께 가게 입구에서 국수를 삶는다.
먼길 갈 사람들 배곯을까 뭘 시키든 한 대접 가득이다.
주방에는 9년 전 베트남에서 온 며느리 한이(35세) 씨가 있다.

# 행운집 #
주 소: 전북 임실군 강진면 호국로 14-12
영업시간 9:30~19시
(2.4째 일요일 휴무)
그녀는 결혼 직후 시어머니의 가게 서빙을 도왔다.
맛보기도 낯선 한국 음식을 처음부터 만드는 건 무리, 그래서 종종 곁눈질로 시어머니 음식을 보고 배웠다는데...
그러다가 어머니가 다리를 다친 어느날, 속전속결 주방까지 진출했다.
제법 음식 솜씨가 있어 이젠 시어머니 손맛을 제법 따라잡았다는 며느리, 둘이서면 등 닿을 듯한 일자 주방에서 나이 차이도 나지만, 누구에게도 주눅 들지 않는 씩씩한 성격만은 꼭 닮은 고부...
쉬는 날엔 봄볕 강 아래 나물을 캔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이 누가 보면 꼭 모녀 같다.
함께 한 지 10년 이젠 긴 말 없이도 속내를 다 아는 가족 같다.
작은 마을 임실에 깃든 평화처럼 아늑한 동네, 정 많고 따뜻한 사람들이 사는 전북 임실의 이야기~
# 오수의 견을 이을 유기견 축구 천재 레오
임실 오수면에서는 골목마다 유달리 개가 많다.
가로등 아래, 담벼략, 화장실, 다리 입구까지, 온통 개, 개, 개다.

알고보니 이곳은 충견의 마을...
신라시대, 술에 취한 주인이 불이 난 걸 모르고 쓰러져 있을 때 제 한 목숨 바쳐 주인을 살린, 그 전설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로 이 임실군 오수면 출신이다.
동물전용 공원을 지나가다가 특별한 개 한 마리를 만난다.
축구공 하나로 이리저리 동네에서는 꽤나 유명하다는 축구 견 레오다.


그 어떤 공체도 유독 축구공에만 반응하는 것이 ”임실 개의 손흥민“다운데, 사실 이 씩씩한 레오는 유기견 출신. 비가 많이 내리던 어느날, 버려져 있던 개 레오가 눈에 밟혔던 주인 신현확 씨는 레오의 가족이 되어줬다.
그 마음이 고마워서였을까. 레오는 타고난 축구 실력으로 더 큰 행복을 선사하는 중. 동물과의 진실한 교감은 이렇게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기도 한다.
레오 때문에 경찰직 공무원에서 축산직 공무원으로 진로까지 돌린 그는 지금은 유기견 보호소 센터를 관리하며 임실의 동물 복지에 힘쓰고 있다.

21세기 오수면에서 만나, 현대판 ”오수의 견“이다.